경기도 신규교사 생존기
교사 김연재 (증포초등학교)
이번 글을 준비하며
‘신규교사 생존기’라는 연재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오마이뉴스, 2015).
제주도 1년 차 신규교사의 좌충우돌 초등학교 교실 이야기다.
지역도 시기도 다르지만 읽는 내내 어찌나 공감되던지. 읽는 내내 ‘맞아, 맞아.’를 연발했다. 한편 글쓴이의 교직에 대한 진심과 열정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어떠한가?
2022년 7월, 발령 5개월 차 경기도 신규교사 생존기를 적어보려 한다.
경기도는 넓다
나의 첫 발령지는 이천이다. 이천은 도자기 체험을 하는 곳 아닌가? 이제부터 이곳이 나의 교직 생활 터전이라니 현실 같지 않았다. 운전으로 한 시간 반이 걸리는 이천에 집을 구하는 것 또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왕복 3시간 운전을 택했다. ‘당장 출근’을 위해 5년짜리 장롱면허를 소환하고 매일 운전 연수에 매진했다. 3월 출근, 규정 속도 90km는 내겐 너무 빨랐다. 커다란 화물차와 나란히 달릴 땐 굉장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거기에 올해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급상승하는 주유비 역시 또 다른 두려움이었다. 여러 의미의 두려움이 공존하는 통근길. 이제는 같이 달리던 자동차들이 하나, 둘 빠지고 이천 특유의 짙은 안개가 시야를 막을 때면 안도감과 편안함마저 느껴진다. 이렇게 익숙해져도 여전히 경기도는 넓다.
오리배가 안전하게 강을 건너기 위해 무수한 페달질을 한다
3월 2일, 우리 반 학생들과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한 학생이 갑자기 집에 가겠다고 떼를 쓰며 도망가듯 집으로 뛰어갔다. 집으로! 1학년도 아니고! 당황스러웠다! 교대에서 공부할 때 시업식 날 교실을 뛰쳐나가는 4학년 학생에 대해 배운 적은 없었다. 무척 놀라고 당황했다. 그러나 나는 곧 오리배가 되었다. 남은 24명의 학생들이 시업식이라는 강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말이다. 학생들에게 나는 평온해 보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지만 내 가슴은 요동치고 있었다. 오리배의 페달질처럼 말이다. 결국 첫날부터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 했고 학생과 상담을 진행했다. 학부모님께 들은 학생에 대한 정보와 동학년 선생님들의 조언, 정기적인 학생 상담으로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지금도 튀어 나오는 그 학생의 돌발적인 행동에 나는 오리배가 되곤 한다.
봐야지 봐야지, 선생님 봐야지~
수업의 완성도는 수업 준비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생들이 하교한 후에는 온전히 수업 준비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수업 준비 외에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담임이 되고서야 알았다. 게다가 신규교사로서 낯선 학교의 일들에 익숙해져 가는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자연스럽게 수업 준비에 쏟을 시간은 줄어들고 준비를 제대로 못한 날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수업을 지루해하고 힘들어했다. 이 사실을 깨닫고 퇴근 후에도 수업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매일 매일 퇴근 후 수업 준비에 지쳐 잠들기 일쑤였다. 쉬운 내용이지만 ‘초등’학생에게 가르치는 것, 외우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알도록 가르치는 것,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도록 수업에 매력을 더하는 것, 뒤에 서는 학생이 없이 모두 잘 참여하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것, 아직도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학생들의 즐거운 배움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자 노력 중이다.
또 다른 오리배가 되는 순간, 함께 나아가는 오리배들
나의 업무는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이다. 용어도 생소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첫 회의에선 교장 선생님과 교원 위원님들, 학부모 위원님들 사이 엄숙한 회의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요동치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평온함을 보이며 안전하게 강을 건너야 하는 오리배가 되었던 순간이다. 그때 방향을 잡아주며 한 발 한 발 페달질에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은 전임 선생님, 교무부장님의 도움과 격려였다. 미숙한 내가 답답하실 만 한데도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으시는 선배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함께 나아가는 오리배들이 있다. 올해 운 좋게도 우리 학교에 나 외에 다섯 명의 신규교사가 함께 발령을 받았다. 당연히 우리는 서로의 어려움이나 힘겨움을 나누고 소통한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오리배들과 함께 성장하며 나아가고 있다.
학생: 학교의 꽃, 교사의 존재 이유
미숙함과 더딤으로 업무에 매진하다 보면 내 뜻과 달리 학생들이 후 순위가 되는 경우가 있다. 수업과 업무 중 업무를 뒤로 미루면 당장 티가 나고 여러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담임으로서 학급 학생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학생들을 중심에 두는 것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학교의 꽃, 교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어서 학교의 일에 익숙해져 수업과 업무에 순위를 다투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