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남한산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날,
남한산한마당
교사 황해경 (남한산초등학교)
남한산초 교육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날은 일 년에 두 번이 있다.
4월에 있는 남한산성순례와 10월의 남한산한마당이다.
4월에는 교육공동체가 인사를 나누는 자리라면
10월의 남한산한마당은 교육공동체가 한데 어우러져 신나게 노는 날이다.
곱게 물든 단풍과 맑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만국기가
운동장을 들어서는 모든 이를 설레게 맞아주었다.
학부모와 함께 준비하고 펼치는 한마당
남한산한마당은 준비에서 운영 평가까지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한다.
평소 같았으면 이불 속에서 곤히 잠들어있었을 새벽에 아침밥도 못 먹고 학교에 나와 천막을 치고 준비물을 챙기는 일은 꽃마을(1학년) 아버지들의 몫이다. 남한산에서는 학년을 마을이라고 부른다.
또 어머님들은 점심식사 준비를 하시느라 분주하시다. 각 가정에서는 반찬 한 가지를 모두가 먹을 만큼 넉넉히 준비해서 나눠 먹으며 주요리는 대표단에서 준비해주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와 제육볶음은 빠질 수 없는 메뉴이다.
졸업생과 지역주민을 위한 점심 식사까지 풍성하게 준비해주시는 한마당 점심시간은 마을잔치이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한마당 전 과정을 찍어 마을별 코너별로 정리하여 학교 누리집에 올려주시는 일도 부모님 스스로 품을 내어주신다.
신나게 즐기는 놀이마당
운동장에서 마을 한 바퀴를 돌아오는 풍물반의 길놀이로 한마당이 시작된다. 동네 어른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해주시고, 길을 가던 나들이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하신다. 길놀이에 이어서 몸풀기 체조로 본격적인 한마당에 들어간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교장선생님께서 오랜 시간 준비하신 덩더쿵 체조는 음악이 나오질 않아서 간단한 맨손체조로 대체되었다. 그럼에도 누구 한 사람 뭐라고 불평하거나 나무라는 사람 없다. 덩더쿵 체조가 아니어도 몸은 풀 수 있으니까.
첫 순서로 꽃마을(1학년) 아이들의 달리기가 있었다. 터널을 빠져나와 훌라후프 안에 들어가 내 이름을 크게 외치며 엉덩이로 이름을 쓰고, 먹고 싶은 간식을 따서 들어오면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쓰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모두가 함박웃음을 짓게 된다. 하늘마을(6학년) 선배들의 손님 모시고 달리기는 모두가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된다.
바로 앞에 두고도 긴장해서 한참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교장실에 계신 교장선생님이 늦게 나오셔서 울먹이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시려 아이를 업고 달려주신 훈훈함은 감동 그 자체이다.
이어서 부모님들께서 운영하고 진행해주시는 놀이마당이다. 놀이마당은 디스크던지기, 꼬리잡기, 책가방을 지켜라, 색판뒤집기, 신발던지기, 투호놀이 등 다양한 마당이 준비되어 있는데 부모님들께서 어떤 마당을 맡는가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 꼬리잡기는 아이들보다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하지만, 투호놀이는 쉽고 여유롭게 진행하실 수 있다. 아이들은 어떤 마당이든지 신나고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5~6학년은 놀이마당을 시시해 하기도 해서 어른들과 승부를 겨루는 피구 경기를 한다. 내 아이와 우리 아빠가 이 시간만큼은 남남이 되어 서로를 공격하고 죽게(?) 되면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
남한산과 한마당으로 팀을 나누어 겨루기 마당이 펼쳐진다. 부모님들과 아이가 둘씩 짝을 지어 경기하는데 하나의 약속이 있다. 내 아이와 짝을 이룰 수는 없다. 학교에 오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또 내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로 바라보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겨루기 경기중 부모님들이 돌아다니면서 외쳤던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내 아이, 내 마을 아이들만이 아닌 전 학년 모두를 응원해주세요.’
‘우리 마을 경기만이 아닌 다른 마을 경기에도 참여하고 집중해주세요.’
꽃, 나무마을은 큰 공굴리기를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가야 하는데도 나도 모르게 승리욕이 발동하여 혼자서 달려가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웃음을 준다. 산들마을은 이인삼각 경기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호흡이 척척 맞아 빠르게 달리기를 하는가 하면 한 사람은 앞으로 달려가는데 그 속도를 못 맞춰 끝까지 질질 끌려가기도 한다. 강, 하늘마을은 수조에 물 나르기 경기를 한다. 옷이 젖더라도 빨리 뛸 것인가? 물 흘리지 않게 천천히 걸을 것인가? 그건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 한바탕 놀고 나면 겨루기마당의 백미인 이어달리기를 한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달리는 이어달리기는 가장 짜릿한 경기이기도 하다. 들마을 친구들의 배턴이 강마을 친구에게로 강마을 친구들의 배턴이 마지막 하늘마을로 전해지는 과정은 즐겁기도 떨리기도 한 순간이다. 배턴을 놓칠까, 넘어질까? 손을 모아 기도하며 응원하는 아이들, 학부모님들의 모습은 올림픽 국가대표전을 참관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달리기를 잘하든 못하든지, 승부가 이미 정해질 만큼 벌어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결승선을 향해 최선을 다해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어른들은 또 배운다.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놀이
한마당의 마지막엔 대동놀이가 펼쳐진다. 올해는 ‘공존’의 사물놀이패와 함께했다. 현란한 상모돌리기와 접시를 돌리는 버나는 보는 이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가야금 연주와 민요 공연까지 이어지니 더할나위 없이 좋다. 한마당에서 들은 ‘늴리리야’ 중 ‘니나노 난실로 내가 돌아간다’의 의미를 알고는 부르는지 아무튼 2학년 아이들은 일주일 내내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우리 민요의 구성진 가락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나 보다.
공연이 끝나고 교육 가족 모두가 운동장에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를 하며 한 판 신명 나게 놀며 한마당을 마무리하게 된다.
배움과 나눔으로 삶을 가꾸는 학교
꽃, 나무, 산, 들, 강, 하늘 모두 여섯 번의 남한산 한마당을 거치면 아이들은 남한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만의 별을 찾아 떠난다. 남한산 가족 모두가 함께 몸으로 겪고, 드러내고, 스스로 또 함께 참여하고, 도우며 나누는 남한산 한마당 속에도 ‘배움’과 ‘나눔’의 학교 교육과정이 담겨있다. 배움과 나눔의 ‘남한산한마당’을 통해 아이들 모두 저마다의 삶을 가꾸어나가길 바란다.
남한산 한마당 길놀이 영상
남한산한마당 활동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