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깊이 있는 학습’으로 말하다
안산해솔초등학교 교사 유영식
깊이 있는 학습이란?
미래교육은 무엇일까? 요즘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미래교육이다. ChatGPT·AI를 활용하는 수업이 미래교육에서 말하는 수업일까? ChatGPT·AI는 미래수업에서 보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미래교육의 수업은 급변하는 시대에 학생들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수업이어야 한다. 이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하여 ‘깊이 있는 학습’이라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교과 교육에서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과 간 연계와 통합, 학생의 삶과 연계된 학습, 학습에 대한 성찰 등을 강화한다.
깊이 있는 학습은 지식과 기능뿐만 아니라 동기나 태도와 같은 정의적 특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과제를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하여 역량이 함양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은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 삶과 연계한 학습, 교과 간 연계와 통합의 교수·학습 방향이 필요하다.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은 상위인지(메타인지)를 의미한다. 학습 내용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만들 수 있는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존 학습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삶과 연계한 학습은 학습의 전이를 위해서다. 역량은 아는 것만이 아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행을 가기 전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머릿속으로 알고 숙지해두는 것과 실제 여행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상황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찾아가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배움 내용을 실제 맥락에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이 전이이며, 이는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필수 학습 조건이다.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교과 간 연계와 통합도 필요하다. 역량은 학생들이 학습을 통한 배움을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교과 통합적 사고이다. 학생들이 부딪히는 실제 생활은 특정 교과의 내용만이 아닌 여러 교과의 학습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깊이 있는 학습’을 추구한다는 것은 학습자가 학습 자료를 스스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소수의 핵심 내용을 깊이 있게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2).
깊이 있는 학습,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림: 깊이 있는 학습의 원리, 출처, 유영식(2023)>
깊이 있는 학습을 학교 현장에서 쉽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학습을 쉽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깊이 있는 학습을 아래 그림과 같이 비유해볼 수도 있다.
깊이 있는 학습은 단원 혹은 성취기준 단위 수업의 개별적 사실이나 지식들을 일반화할 수 있는 빅 아이디어를 만들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위 그림과 같이 ‘꼬챙이’로 비유할 수 있다. 꼬챙이의 날이 예리할수록 여러 가지의 사실이나 지식들을 쉽게 꿰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꼬챙이 날은 예리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생활 맥락에 쉽게 꽂을 수 있다(학습의 전이).
이러한 깊이 있는 수업이 되기 위해서 한 가지만 우선 바꾸어보자. ‘전망대’수업을 추가해보는 것이다. 하나의 단원 혹은 내용 요소나 기능이 유사한 성취기준 군(郡)을 기준으로 수 차시 수업들을 조망할 수 있는 수업을 ‘전망대 수업’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과거 전통적인 수업과 평가는 한 단원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주제의 차시 하나하나를 수업해나가고,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총괄평가하는 방식으로 해당 단원의 주요 지식이나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과정 중심 평가가 도입되어 단원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과정마다 평가와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수업의 흐름은 각 차시 주제들이 독립적이고 선형적인 나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 그림과 같이 비유를 해보면, 교수학습은 한 단원을 구성하는 각각의 나무의 특징들을 자세하게 탐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통적 방식의 단원 학습 흐름과 전망대 수업 출처, 유영식(2023)>
이와 같은 전통적 방식의 단원 학습 흐름에서 전체 학습을 조망해서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업을 추가해보는 것으로 깊이 있는 학습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전체 차시를 조망하는 수업 차시를 추가하면 1차시와 2차시, 3차시 각각의 나무에 대해서 자세히 탐구하는 수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나무에서 탐구한 것들을 종합해보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사고가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학습 과정의 성찰 즉, 메타인지적 사고가 이루어지는 수업이 된다. 전망대 수업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나무만이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할 수 있다. 숲을 볼 수 있는 눈은 결국 전체 나무들을 조망한 숲 전체의 지도를 그릴 수 있게 한다. 학생들에게 ‘지도’를 갖게 한다는 것은 결국, 이와 조금 다른 맥락이나 실제 생활에서 학습을 통하여 만든 지도를 활용하여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올바른 길을 찾는다는 것은 학습 내용과 관련된 실제 생활 맥락에서 역량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상과 같이 현재 교과서에 있는 단원들에 전망대 수업 하나를 추가해보는 것만으로도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깊이 있는 학습을 만드는 수업루틴
깊이 있는 학습을 교실에서 쉽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수업 루틴이 필요하다. 모든 과목을 수업하는 초등교사들이 1년 1000시간 가까운 수업을 매번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영역 혹은 학습 내용에 따라 적합한 수업 방법들을 매칭하고 이를 일상 수업에서 일정한 흐름과 패턴으로 유형화할 수 있는 수업 루틴으로 구현해낸다면 깊이 있는 학습을 보다 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수업루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사실이나 낮은 차원의 지식이나 기능들이 먼저 학생들의 머릿속에 들어온다(그림 ①번 과정). 그리고 이러한 지식이나 기능, 사실들이 재료가 되어 학생들의 기존 인지구조와 지적 갈등을 겪어, 자기 주도적인 생각을 만들어낸다(그림 ②번 과정). 이 생각이 학습의 전이를 위한 매개체가 되어 학습한 내용과 다른 맥락 더 나아가서 실생활에서 배움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그림 ③번 과정).
<그림 : 깊이 있는 학습에서의 학습 과정, 출처 유영식(2023)>
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 그림의 ①번과 ②번 사이인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이다. 보통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의 기본적인 학습 단위(UNIT)는 단원 혹은 성취기준이다. 이 학습 단위(UNIT)는 수(數)개의 수업 차시들로 구성된다. 이 차시들에서 학습한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귀납적으로 일반화하여 학생이 주도적으로 생각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이 ①번으로부터 ②번을 만들어내는 실제 수업 방법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이는 교사들의 일상 수업에서 깊이 있는 학습을 만들어주는 수업 루틴으로 활용할 수 있다.
편지쓰기
편지쓰기 학습은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귀납적 사고를 통하여 일반화된 학생 개인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편지쓰기는 우리 반 학생 중 친한 친구가 이번 단원(혹은 성취기준 단위 학습)에서 결석을 했다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이 친구에게 해당 학습을 알려주는 편지를 써보게 하는 활동이다. 실제 필자가 교직 생활 초창기부터 여러 과목에서 사용해왔던 학습 방법으로 국어과에서 자신만의 글쓰기 혹은 읽기, 말하기 전략들을 일반화하는 내용으로, 수학과에서는 문제해결 혹은 개념에 대한 일반화 과정, 과학과나 사회과는 개념에 대한 학생 개인의 생각과 이를 일상생활 속에서 연결해보는 글을 써보는 학습을 하는 방법이다.
<사진: 편지쓰기 학습, 출처 유영식(2023)>
이와 같은 편지쓰기 활동은 학습 내용들에 대한 메타인지적 사고를 통하여 학생 개개인의 주도적 생각을 견고하게 다져줄 수 있다. 편지쓰기 활동은 수업활동뿐만 아닌 평가활동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 편지쓰기가 성취기준에 기반한 논술형 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IB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와도 맥을 같이한다. IB에서 실시하는 논술형평가 또한 본질은 편지쓰기 활동과 같이 주요 학습 활동에 대한 메타인지적 사고를 통하여 학생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생각을 표현해내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에듀테크와 함께하는 “ ~란,(____)이다.”
“~~란, 이다.” 학습은 개념형성 학습에서 자주 활용하는 생각만들기 학습 방법이다. 교과서나 기존 학문에서 정의한 개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개념을 만들어갈 수 있게 한다. 활용 방법은 우선 개인의 생각으로 빈칸을 정리한다. 그리고 모둠에서 각자 정리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모둠의 생각을 정리한다. 모둠에서 정리한 생각을 바탕으로 갤러리 워크 학습을 통하여 전체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최종적으로 학생 개인의 생각을 수정 보완할 수 있도록 한다. 이 학습법은 사회과나 과학과 혹은 수학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페들렛이나 멘티미터와 같은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될 수 있다.
<그림: 멘티미터를 활용한 개념 형성 학습, 출처 유영식(2020)>
이 밖에도 학생 주도적으로 생각을 만들어줄 수 있는 학습으로 학습 저널쓰기, 짝코칭, 갤러리워크, SEEI템플릿(진술하기, 자세히 설명하기, 예시 들기, 비유 또는 이미지로 묘사하기) 등이 있다(Julie Stern (2017) : 임유나 (2022)에서 재인용).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①번 → ②번 과정도 중요하지만, ②번 → ③번 과정도 필요하다. ②번 → ③번 과정은 자기 주도적으로 만든 생각을 학생들의 실제 생활 속에서 적용하는 학습을 의미한다. 국어과에서는 읽기 자료를 최근의 시사 자료를 활용하여 수업을 할 수 있고, 쓰기 영역에서는 실제 생활 속 소재를 주제로 쓰기 활동을 할 수 있다. 매체 영역에서는 실제 미디어 매체를 소재로 활용하면 배움을 생활 소재로 연결할 수 있다. 수학과에서는 통계 영역을 학생 생활 소재로, 측정 영역에서는 실제 생활 도구를 측정해보는 방법으로 배움을 삶 속에서 연결해보는 경험을 줄 수 있다. 과학과에서는 생활 속 과학 현상들을 학습의 주요 소재로 활용해 볼 수 있고,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로 신설된 ‘과학과 사회’ 영역에서 배움을 삶과 연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사회과는 지리 인식, 자연환경과 인간생활, 인문환경과 인간생활, 지속가능한 세계, 정치, 법, 경제, 사회·문화, 역사일반, 한국사 등의 영역이 모두 학생들이 살고 있는 실제 사회 현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실생활과 연결 짓는 학습이 필수로 요구된다. 예술, 체육 교과 또한 실생활 소재를 활용한 학습 또는 학습 결과물을 실제 생활에서 활용하게 하는 프로젝트 학습 등으로 배움을 삶 속에서 연결 짓는 활동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깊이 있는 학습의 깊이와 폭을 더하는
수업 나눔과 학습공동체
깊이 있는 학습은 수업 나눔 혹은 학습공동체를 통하여 동료 교사들과 함께한다면 그 깊이와 폭을 더욱 심화·확장할 수 있다. 학습공동체 동료 교사들이 깊이 있는 학습이 일어나는 수업을 함께 정의 내려 보고, 이를 위한 각자의 수업 루틴들을 공유하고 나눠본다면, 깊이 있는 학습을 다양한 교과와 영역에서 구현해낼 든든한 수업루틴이 만들어질 것이다.
참고문헌
교육부(2022), 초등학교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별책2)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22), 2022 개정 교육과정 각론 조정 연구보고서
유영식(2023) 2022 개정 교육과정 기반 교사교육과정과 수업디자인. 테크빌교육
유영식(2020) 수업잘하는 교사는 루틴이 있다. 테크빌교육
Julie Stern et al. (2017). Tools for Teaching Conceptual Understanding: Designing Lessons and Assessments for Deep Learning. Corwin Press.
Julie Stern et al. (2017).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 임유나 외 공역 (2022). 박영스토리.